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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업후계인력 대가 끊긴다
분류
농업뉴스
조회
122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5-30 09:44 (수정일: 2005-05-30 09:44)
농업후계인력 대가 끊긴다
 
① 일할 젊은층 없는 농촌

우리 농촌이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일선 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을 농업인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농산물시장 개방 가속화와 농가 경영에 대한 위험요소 증가 등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예 농업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심각한 인력 공백 현상을 빚고 있는 농촌 현장을 들여다봤다.



전북 임실군 강진면 신기마을. 벼와 고추가 주작목인 이 마을은 전체 53가구 가운데 초등학생을 둔 농가가 하나도 없다.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후계농업인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전체 주민 70명 중 65세를 넘긴 노인이 60명이나 된다. 여느 농촌이 그러하듯 자식들이 공부나 취업을 위해 하나둘씩 도시로 떠나 노인들만 남게 된 것이다. 할머니 혼자 사는 가구도 10여가구에 이르고, 빈 집도 두어집 건너 한집꼴이다.

고추 정식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이지만 사람이 없다보니 할머니 7~8명이 품앗이로 겨우 해결하고 있다. 마을 이장 김경배씨(61)는 “동네에 딱 한명인 전업농이 인근의 농사를 거의 혼자 짓다시피하다보니 바쁜 농사철에는 밤 12시까지 산골 비탈밭에서 로터리를 쳐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그 친구가 다치거나 농사를 그만두고 마을을 떠나면 그나마 짓고 있던 고추농사며 벼농사를 포기할 주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웃한 부흥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0가구 50여명이 살아가는 이 마을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 57세다. 일반 기업체에선 정년을 맞을 나이다. 부흥마을에선 최근 20년간 아기 울음소리가 한번도 나지 않았다. 영농회장을 26년 동안 맡아오고 있는 황의섭씨(68)는 “마을에 젊은 영농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친환경농법이나 소득작목 발굴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한숨만 내쉬었다.

충남 논산시 양촌면 신기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오세열씨(66). 반평생을 전력투구해온 오씨는 백발이 성성해지면서 농사일이 최근 부쩍 힘에 겹지만 그렇다고 딱히 물려줄 사람도 없다. 이미 오씨는 1,000평 딸기밭 중에서 200평을 일손이 덜 가는 취나물 재배로 전환했다.

이런 고민은 오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신기1구 딸기작목반 13농가 중 단 한명만이 50대 후반이고 나머지는 전부 오씨와 처지가 비슷한 60~70대 고령농가들이다. 오씨는 “원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농사를 물려줄 수도 없고 농지를 임대하려고 해도 마을에는 전부 노인들뿐이니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농업 후계인력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수십년 동안 탈농과 고령·부녀화가 진행되면서 이제 농촌은 영농 후계인력 ‘부족’ 수준을 넘어 ‘단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준수 양촌농협 조합장은 “조합원 대다수가 60대 이상이고 70대가 60%를 넘는다”며 “고령화와 영농 후계인력 부족 문제가 농촌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후계인력 부족은 작물의 생산지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양촌면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딸기 주산지이지만 고령화와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30년 전통의 명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강희정 양촌농협 지도상무는 “최근 2~3년 동안 딸기 재배면적의 30% 정도는 머위나 취나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머위나 취나물은 딸기 소득의 50~7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일손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고령농들에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건고추 주산지로 유명한 강원 정선군 서면 광전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민의 70%가 환갑을 넘긴 나이이다보니 품이 많이 드는 고추 재배를 농가들이 꺼리고 있는 것. 비닐 피복작업, 지줏대 세우기 등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고추농사는 돈도 많이 들지만 관리기·분무기·건조기 등을 다뤄야 하다보니 노인들 손만으로는 고추농사를 짓기 어렵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마을 이장 김남택씨(55세)는 “예전엔 밭이란 밭엔 전부 고추를 심었는데 지금은 콩·옥수수·기장 같은 잡곡이 고추를 대신하고 있다”면서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비얄(비탈밭)은 대부분 놀리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 인력의 노령화는 유통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이명호 서남농협 판매대리는 “노령 농업인들이 직접 수확하기 어려운 수박 같은 작목은 밭떼기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 “이로 인해 비교적 수확이 수월하거나 판매가 용이한 잡곡 등의 재배면적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이농이 계속되고 고령·부녀화가 심화된 결과 우리 농촌은 인력의 단절이란 중병을 앓고 있다. 농촌·농업을 떠받칠 젊은이들이 농촌에 유입되지 않을 경우 사상 최악의 농촌사회 붕괴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팀=이연환·장수옥·김은암·강영식·이경석·성홍기·김상영·양승선

legger@nongmin.com  출 처 :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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