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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가막힌 ‘자연재해대책법’
분류
농업뉴스
조회
168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3-11 09:12 (수정일: 2005-03-11 09:12)
기가막힌 ‘자연재해대책법’
 
폭설로 하우스 붕괴 막으려 비닐 찢었는데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보라 속에서 비닐하우스를 찢고 벗겨내 하우스 붕괴를 막았는데 복구비 한푼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시·군 단위로 특별재해지역에 선정되려면 재산피해액이 1,000억원, 이재민이 5,000명 이상 발생해야 한다는 것은 농업시설물은 몽땅 박살이 나도 현실적으로 특별재해지역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 아닙니까.”

지난 4~6일 사상 초유의 폭설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동해안지역 농민들은 정부의 쥐꼬리 지원과 현실성없는 복구지원 기준 등에대해 강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예방노력에는 보상이 없다=지난 4일 오후부터 눈발이 거세지자 경북 포항시 농업기술센터와 경주시 농업기술센터는 관내 하우스농가들에게 비닐하우스를 찢어 피해를 줄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일제히 날렸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눈보라 속에서 하우스 비닐을 찢거나 벗겨내 상당수 하우스 붕괴를 막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현행 자연재해대책 지원 기준상 하우스 붕괴를 막기 위해 비닐을 찢거나 걷어낼 경우 복구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시금치를 재배하는 농민 오갑생씨(53·경북 포항시 오천읍 )는 폭설이 시작되자 인부들까지 동원해 800평 규모의 자동화하우스 비닐을 모두 찢어내 하우스 붕괴를 막았다.

오씨는 “하우스 붕괴를 막았다는 안도감은 둘째고 이에 대한 복구비 지원이 없다는 말에 분통이 터집니다. 비닐을 다시 씌우려면 600여만원이 들어갑니다.

만약 그대로 방치해 하우스가 붕괴돼 다시 설치하려면 9,000여만원이 들어가는데 정부가 농가의 예방노력에 대해 절반만 지원한다고 해도 예산이 4,5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 아닙니까. 비닐을 다시 씌우는 비용 전액을 지원해줘도 모자랄 판에 한 푼도 없다니요….” 오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특별재해지역은 누구를 위한 것=폭설 피해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정부가 빨리 특별재해지역을 선포해 신속한 복구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번 폭설로 시금치 시설하우스 단지 20여㏊가 몽땅 무너진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경우 잠정적으로 30여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지역의 경우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읍·면·동 단위로 특별재해지역이 선포되기 위해서는 재산피해액이 200억원이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최영식 영덕군의원은 “군의회를 열어 중앙정부에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요청하려고 했으나 기준과 너무나 차이가 커 포기하고 말았다”면서 “농업시설물 피해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지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중순 큰 폭설피해를 입은 포항시 오천읍과 동해면 일대 비닐하우스 시설농가들은 총 피해액이 3억원이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앙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복구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복우 동해농협 조합장은 “부추와 시금치 비닐하우스 수십동이 무너지고 부추와 시금치가 얼어죽는 피해를 입었는데 총 피해액이 3억원이 안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피해 농가에 비닐 값 30정도 지원하는 것으로 생색을 낼 바에는 차라리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피해농민들을 덜 열받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폭설로 3,0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의 유리 파손 및 3농가 비닐하우스 1,600평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은 영동화훼 영농조합법인 소속 최명식씨(48 강릉시 연곡면)등 회원들은 “눈이 녹으면서 온실 유리파손이 계속 늘어나고 연료소모량이 급증하는 등 후속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지자체가 특별재해지역 대상이 될 만큼 피해규모가 크지않고 국지적이기때문에 분명하게 자연재해를 입었음에도 지원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않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회원들은 “기상청이 밝히 적설량은 60㎝였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70~80㎝에 달했고 바람이 몰아친 곳은 1m도 넘었다”며 “정부 차원의 정확한 예보시스템이 없어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강릉=장수옥, 포항·영덕=한형수〉

hsha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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