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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가 “과수 봄동상해 보상률 하향은 탁상행정”
분류
농업뉴스
조회
11375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20-04-13 14:23

언피해를 본 경남 진주시 문산읍의 단감농가 김진용씨(오른쪽)가 순이 누렇게 변한 단감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 “과도한 열매솎기 방지” 피해보상률 80→50%로 낮춰
농가 “보험금 많이 타기 위해 열매 솎아내는 사람은 없어”
봄철 언피해 등 계속 느는데 보험 가입 실효성에 ‘의문’


서리와 언피해 등 봄철 과수 동상해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률이 낮아져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열매솎기 전에 발생한 재해에 대해 보상하는 ‘적과전종합위험∥(사과·배·단감·떫은감)’의 보상률이 지난해 80%에서 올해 50%로 낮아졌다. 단, 최근 3년 안에 열매솎기 전 사고로 보험금을 받지 않은 농가는 보상률 70%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과수농가들은 이상기후로 봄철 언피해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피해보상금이 크게 떨어지자 보험 가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감·배·사과 농가 ‘울상’=9일 오전 경남 진주시 문산읍 삼곡리 김진용씨(52)의 단감밭. 6일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언피해를 본 단감나무 새순이 누렇게 변해 있었다. 연두색을 띠는 새순도 가까이서 보니 부분적으로 갈변이 됐다. 지난겨울 날씨가 따뜻해 새순이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나와 피해는 더 컸다. 2만6446㎡(8000평) 과원의 약 80% 정도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봄동상해를 본 김씨는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김씨는 “지난해 보험금을 받아 올해 보상률 50%인 보험상품에만 가입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80%인 보상률이 올해 50%로 낮아져 자기부담률 20%를 제하고 나면 보상액은 약값·인건비도 안된다”고 토로했다.
거창군 고제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조판오씨(52·봉계리)도 2018년과 올해 봄동상해를 입었다. 조씨 역시 적과전종합위험∥ 50% 상품에 가입했다. 이씨는 “정부가 ‘재해보험은 농민의 경영불안 해소와 소득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가입을 권고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 안정을 주지 못한다”며 “피해를 봤을 때 내년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보험이라야 하는데 갈수록 보상률이 낮아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보상 수준 하향조정 이유는=올 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선하면서 재해 보상률을 80%에서 50%로 하향조정했다. 농가가 열매솎기를 과도하게 시행해 인위적으로 보상 수준을 높이는 행위를 막으려는 이유에서다.
조희윤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사무관은 “농가가 미미한 피해를 본 과실은 잘 키워서 시장에 팔아도 되는데, 초기부터 높은 보장을 하다보니 일부 농가들이 과도하게 솎아내는 문제가 있었다”며 “출하 가능한 상품까지 솎아내는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울산 울주군 삼남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이정열씨(45)는 “보험금을 많이 타려고 열매솎기를 많이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적정 착과수보다 적으면 수세가 강해져 내년에 꽃눈이나 곁가지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오히려 솎아내야 할 열매도 억지로 달아놓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열매를 따내면 자칫 내년에 꽃눈이 안 나와 피해가 더 큰데, 보험금 많이 타려고 열매를 솎아낼 농민이 몇명이나 되겠냐”고 따져 물었다.
한 농업기술센터 과수담당자는 “언피해를 본 과수원은 내년 농사를 위해 꽃눈을 관리해야 하는데, 열매를 많이 따내면 신초가 나와 꽃눈이 안 생긴다”며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으려고 돈 안되는 과실을 억지로 달아 정상과와 똑같이 봉지를 씌우고 약을 치는 상황인데, 과도한 열매솎기를 막기 위해 보상 수준을 낮춘다는 얘기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전문가는 “모양이 좋은 과일 위주로 가격이 형성되고 유통되는 현실에서 못 생기고 흠 있는 과일은 생산해봤자 팔리지도 않는데, 그래도 과실을 잘 키워 팔라는 것은 황당하다”며 “안전하고 맛있다면 기형과·흠집과도 안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만들어놓고 농가에 열매솎기를 적게 하라고 요구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출처: 농민신문 진주·울주·거창=노현숙 기자 rhsoo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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