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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당 13만원까지 오르고 웃돈 요구도…“감당 못해”
분류
농업뉴스
조회
9550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20-04-13 14:18

강원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박태진씨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력난이 심화해 인건비가 폭등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파프리카 모종을 살펴보고 있다.
 

‘인력난 심화·인건비 폭등’ 농촌현장 가보니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 외국인 근로자 유입 막혀 인력 수급 차질로 ‘속앓이’
고용센터·인력업체 등에 배정·구인 신청 미리 해도 공급 확답 못 받아 ‘한숨’


“6만~7만원이던 70대 내국인 여성 근로자 한명의 일당이 최근에 무려 13만원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래선 도저히 일손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9일 오후, 강원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이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만9834㎡(6000평) 규모로 대파농사를 짓는 지순하씨(62)는 “대파 아주심기(정식) 작업을 위해 며칠 전에 인력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는데 이같은 액수를 불러 깜짝 놀랐다”면서 “결국 인력을 쓰지 못하고 가족을 총동원해 정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농촌 인력난이 심화함에 따라 인건비가 폭등해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인력 수급 차질에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입까지 차단되며 인건비 상승을 부채질한 것이다.
실제 강원도는 올해 전국 10개 시·도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4500여명 가운데 가장 많은 2100여명을 차지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도내 농가들은 최근의 인건비 상승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같은 마을에서 9917㎡(3000평) 규모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박태진씨(52)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을 고용 중인데, 그중 한명이 다음달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면서 “지역고용센터에 외국인 근로자 1명을 신청해뒀지만 코로나19로 언제 배정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부부를 쓰려고 알아봤는데, 올 1월과 견줘 한명당 매월 35만원씩 더 달라는 반응이 왔다”며 “이들을 고용해 농사를 이어간다고 해도 인건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수확 작업을 앞둔 품목들을 중심으로 인건비가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경남 창녕의 마늘농가 윤정태씨(60·대지면)는 “4월말에 2만6446㎡(8000평) 규모 마늘밭에서 마늘종을 뽑으려고 인건비 수준을 문의해봤는데, 일당이 지난해보다 2만원이나 오른 1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마늘 수확 때는 일당이 지난해 10만원 수준보다 3만~4만원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인근의 마늘농가 신창휴씨(60·대합면)는 “해마다 대구에 있는 인력업체를 통해 인부를 구해왔는데, 보내주는 인력의 80%가 외국인이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에 미리 해당 업체에 연락을 취했지만, 인력 공급을 장담하지 못하고 예약도 잡아줄 수 없다는 말을 들어 올해 수확이 걱정”이라고 했다.
전남 함평에서 양파농사를 짓는 남종우 전국이통장연합회 함평군지회장도 “수확기가 한달이나 남았지만 벌써 인력업체에서 지난해보다 인건비를 한명당 5000~1만원씩 올려 부르고 있다”면서 “중만생종 양파를 수확하는 5월 중순~6월 중순에는 인건비가 폭등할까 봐 농가들 모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6월20일 이후 양파농가가 후작을 준비하는데, 인력업체들이 이 사정을 악이용해 인건비를 터무니없이 책정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열매솎기 작업을 앞둔 과수농가들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충북 괴산군 연풍면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지영규씨(49)는 “현재 외국인 여성 근로자의 일당은 지난해보다 5000원, 남자는 1만원가량 올랐다”면서 “하지만 인력업체에 신청해도 3주는 기다려야 해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 청송의 사과농가 김대진씨(53·청송읍)는 “5월 중순 열매솎기 작업을 위해 거래하던 인력공급업자와 2개월 전 구두계약으로 여성 근로자 10여명을 받기로 했다”면서 “당시 지난해보다 한명당 2만원 더 달라고 해 불만이 컸었는데, 현재는 3만~4만원 웃돈을 주고서도 인력을 못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손이 상시 필요한 시설농가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경기 안산의 시설채소 농가 강환기씨(67·상록구 팔곡동)는 “외국인 근로자 10여명을 상시 고용해 농작업을 하고 있는데, 올초 잠시 고향 방문을 위해 베트남으로 떠난 외국인 근로자 2명이 현재 입국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인력난이 갈수록 심해지자 사람을 구하지 못한 농가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인근 농장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빼가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아직 농장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으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항상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출처: 농민신문 철원=김윤호, 창녕=노현숙, 함평=이문수, 괴산=김태억, 안산=유건연, 류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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