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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개도국 지위포기에 RCEP까지 타결…한국농업 ‘산 넘어 산’
분류
농업뉴스
조회
34884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11-08 16:54

인도 제외한 15개국 RCEP 합의…후폭풍은
값싼 수입 농축산물 피해 속 또 시장개방 파고 위기감 고조
향후 회원국간 협상과정서 양허 수준 기존 FTA 넘으면 농업분야 타격 불가피
농민단체 “농업포기” 비판


한국 농업이 다시 한번 시장개방의 파고에 휘청거릴 것으로 우려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알셉·RCEP)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기 때문이다. RCEP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RCEP 정상회의에서 인도를 제외한 참여국 정상들이 20개 챕터(장)로 이뤄진 RCEP 협정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RCEP은 2013년 5월 1차 협상이 시작된 이래 28차례의 공식협상, 16차례의 장관회의, 3차례의 정상회의를 가진 끝에 이번에 20개 챕터의 협정문 타결에 이르렀다. 산업부는 “상품·서비스·투자 시장개방 협상도 막바지단계로, 일부 국가간의 협의만 남겨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RCEP의 태동배경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국은 일본·호주·캐나다 등을 주축으로 아시아·태평양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TPP를 추진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RCEP을 주도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 TPP와 RCEP을 앞세워 자국 주도의 국제경제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치열한 세력전에 나섰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월 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TPP는 일본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바뀌었고, 지난해 12월30일 발효됐다.
RCEP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면서 우리 농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16건(57개국)에 이르는 FTA로 인해 값싼 수입 농축산물과의 무한경쟁에 내몰렸고 엄청난 피해를 봤다. 2018년 농축산물 수입액은 350억달러(약 42조5000억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장개방 확대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올해만 해도 한·이스라엘 FTA 협상과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세파·CEPA) 협상이 타결됐다. 여기에 RCEP까지 더해지면서 농업계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직까지 RCEP 협상에서 회원국간 논의되는 농산물의 양허(관세 인하·철폐) 수준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농업에 미칠 영향도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건은 양허 수준이 RCEP 회원국들과 기존에 체결한 FTA 수준을 뛰어넘느냐다. 우리나라는 RCEP 회원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이미 FTA를 체결했다. 즉 RCEP은 일본을 제외한 14개 회원국과 맺은 개별 FTA를 한단계 업그레이드(개선)하면서 한·일 FTA를 체결하는 의미가 있다.
향후 협상과정에서 양허 수준이 이미 체결된 FTA 이상으로 결정되면 농업분야 피해는 불가피하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수입에서 RCEP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물론 호주·뉴질랜드는 농축산물 수출강국이고, 아세안도 나름의 주력 수출농산물을 갖고 있다. 이들 국가가 낮아진 관세를 무기로 우리 농축산물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RCEP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국내산 농축산물로는 율무·감자·고구마·콩·녹두·팥(이상 곡물류), 배추·당근·수박·양파·마늘·고추·생강(이상 과채·채소류), 녹차·인삼·꿀·밤·잣·대추(이상 기타작물류), 벌꿀(축산물)이 꼽혔다. 또한 농축산물 위생·검역 조치(SPS)의 완화 정도에 따라 현재 검역으로 수입이 제한된 사과·배·복숭아 등이 수입될 수도 있다.
농경연 관계자는 “아세안 및 중국과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RCEP의 양허 수준은 기존 FTA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우리 농업의 추가 피해는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RCEP 협상 타결소식이 알려지자 한국농업인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농업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열리는 ‘전국 농민 총궐기대회’를 통해 농민을 저버리고 농업을 홀대하는 정부를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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