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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시민 ‘농지 소유’ 허용
분류
농업뉴스
조회
424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9-03 08:58 (수정일: 2004-09-03 08:58)

도시민 ‘농지 소유’ 허용

농지 소유 규제를 완화하는 농지법 개정안이 지난달 입법예고 됐고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된다. 도시민이라도 농지은행을 통해 5년간 임대하면 농지를 마음껏 살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영농이라는 ‘제사’보다 지가차액이란 ‘잿밥’에 쏠린 투기적 관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개정안은 영농 규모 확대를 통해 농촌에 경쟁력을 불어 넣으려는 것이고 투기는 제도적 장치를 둬 규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각각의 논리로 무장한 박석두(50)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최혁재(48)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24일 한겨레 신문사에서 만나 설전을 벌였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박 박사님은 이렇게 반론하실 겁니다.” 30분 먼저 도착한 최 연구위원은 상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박 연구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양쪽 다 지피지기로 무장한 터라 토론은 쉴 새 없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최혁재=우리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농촌 인구가 급격히 줄고 고령화되고 있죠. 농촌이 활력을 잃고 있는 겁니다. 또 농산물 시장이 개방 되면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면 농가는 영농을 포기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농지를 다 써도 식량 자급률 100%를 달성하기 힘든 상태에서 아까운 농지가 유휴화 되고 이를 방치하면 농촌이 황폐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농업 경쟁력과 농촌 활력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죠. 이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찾아 개선하자는 게 농지법 개정의 취지입니다.

박석두=이번이 5번째 농지법 개정입니다. 그 방향은 농지에 대한 소유와 농지전용 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차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었죠. 그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말씀하신 농업 여건 변화이고 둘째는 농지법 자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였죠. 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1994년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하게 하고 임대차를 금지한 농지법이 제정됐죠. 하지만 실제로 그땐 이미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와 임대차가 굉장히 많이 진전돼 있었습니다. 1950년 농지 개혁을 실시하고 그 직후에 경자유전을 실현할 수 있는 농지법을 만들어 여건에 따라 조금씩 개정했어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했던 탓이죠. 1996년 이전 소유가 발생한 농지는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 따라 농지법이 적용되지 않았죠. 그럼에도 경자유전의 원칙에 입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건 헌법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농지법이 원칙과 이념은 헌법을 따르고 예외규정으로 현실 여건을 상당부분 반영하게 됐죠.

최혁재 “영농 대구모화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

=경자유전 원칙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원칙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겁니다. 경자유전의 근본 취지는 결국 농업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경자유전이 선언될 당시만 해도 농업인구는 많은데 농지는 부족했습니다. 직접 영농하지 않는 자본이 농지를 독과점하면서 결국 농민이 소작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게 됐죠. 그래서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세운 것이 경자유전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거꾸로 농민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젊은이들은 영농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현재 농가 경영주 가운데 60세 이상이 57%를 넘어섰습니다. 이제는 농사 지을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것은 자본력이 미약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영농을 하고 싶어도 땅 살 자금도 없고 수지도 맞지 않는 상황이죠. 헌법 121조1항에 국가의 책무로 경자유전의 원칙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규정이 절대명제는 아닙니다. 경자유전의 원칙은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는 상태 그 자체를 실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농업과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것이죠.

=저도 거기에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봉건적 대토지 소유로부터 자본주의적 토지 소유로 발전되는 과정에서 경자유전 원칙이 나왔죠. 소작농 수탈을 근절하고 더 나아가 신분 해방이라는 역사적 의의도 있습니다. 자작농적 토지소유는 영세한 소농이 자립하고 발전하는 데 바탕이 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일본, 대만 등도 이 원칙에 따라 농지 개혁을 하게 됐죠. 이 이념의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경자유전이 시공을 초월해서 지켜야할 가치라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발전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죠. 땅을 경작자가 사야만 하니 매입 자본이 운영 자본으로 활용되지 못하죠. 이는 농업 경영이 대규모로 발전하는 데 한계로 작용합니다. 그런데도 경자유전의 원칙을 주장하는 건 한국의 경우 이 원칙이 무너진 것이 농업에 대한 투자 결여의 결과로 보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단계에서 이 원칙을 버릴 경우 부작용과 역효과가 발생합니다. 첫째로 투기적 농지 소유가 일어날 수 있죠.

두 사람의 의견은 경자유전 원칙이 절대적 진리는 아니라는 지점에서 모이는 듯하더니 곧 갈라졌다. 최 연구위원은 농민의 이익을 보호하는 근본 취지에 맞게 재해석할 때가 왔다고 봤다. 반면에 박 연구위원은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현실을 고려할 때 경자유전 원칙을 버리는 건 시기상조라는 논리를 폈다.

=개정안에선 경자유전 원칙을 폐기했거나 크게 후퇴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번에 초점은 농지 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데 있죠. 5년 이상의 임대를 전제로 농지 소유를 완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보다는 이를 통해서 꽁꽁 묶여 있던 임대차 부분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주식회사 농업법인의 자격 요건을 완화했죠. 대표이사가 농업인이어야 한다는 것과 집행이사의 반 이상이 농업인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또 상속 농지나 이농 뒤 계속 보유한 농지는 1㏊ 이상이라도 농지은행을 통해 5년간 장기 임대하면 소유를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밖에 농업진흥지역 안 농지에 농업인의 소득 및 편의시설 설치를 허용했습니다. 농업진흥지역 밖에 적용하던 시설별 면적 기준을 시설 기준으로 전환해 완화했죠.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비농업인이 농업 경영 목적으로 사들인 땅을 농지은행을 통해서 5년간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제까지는 임대하거나 휴경하는 게 적발되면 강제처분 명령을 받고 이행강제금을 물지 않았습니까? 이 규정에 대해 언론은 도시민이 농지를 무제한 소유할 수 있게 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죠. 농림부는 경작자간 임대차이므로 경자유전 원칙에 위배되거나 무제한 허용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저는 언론 보도처럼 볼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해입니다. 도시민이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땅을 가지게 되면 그는 도시민이 아니고 농업인이 되는 겁니다. 현행법이 농지 1000㎡ 이상을 소유하면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반드시 그 땅을 경작하거나 5년이상 장기 임대해야 합니다. 따라서 도시민이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하면 농지를 무제한 소유할 수 있지만 전용을 전제로 한 소유는 힘들어질 겁니다. 언젠가 농지 전용이 허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투기자본이 땅을 살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우량 농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 꼭 지켜야한다는 판단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이를 유지해 나간다면 투기자본이 설 자리는 없죠. 무제한 농지소유가 허용된다는 감언이설은 투기세력이 퍼뜨린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번 개정안이 무방비 상태로 투기자본에게 농지를 열어주는 내용은 아니거든요.

박석두“투기적 농지소유 길
합법적으로 열어준다”

=개정 전 농지법에서도 현재의 신분이 무엇이든 농지를 매입할 때 영농자격 취득증명을 받아야 합니다. 이때 기본적인 서류는 영농계획서죠. 예를 들어 “90일 이상 농사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 등 자경할 수 있다는 계획서를 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뤄지는 농지매입을 보면 영농계획서는 서류에 불과해요. 복덕방에 이야기하면 다 알아서 처리해주죠. 다시 말해 비농업인이 결국 어떤 목적으로든 농지를 매입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개정안은 여기다 5년간 장기임대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5년 뒤 전용하려고 하거나 땅값이 뛰어 팔겠다고 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죠. 5~6년 정도만 기다리면 농지를 마음대로 사고팔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열려 있는 것이죠. 투기적 농지 소유의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준 겁니다. 도시민이 무제한 농지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죠. 투기 목적인 사람들은 5년 아니라 10년도 기다릴 수 있어요. 심지어 그린벨트처럼 규제가 강한 땅도 지가 차액을 노리고 매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도권 안 그린벨트 땅도 서울 사람들이 소유하는 경우가 다반사죠.

=비농업인이 영농계획을 이행하는지 강제로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농지이용 실태조사와 연결하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지금도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 매년 한차례 이상 농지 이용실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임대 끝나고 농지 처분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하는데 영농목적의 거래는 막을 이유도 없죠. 농지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투기적 거래를 막으려고 하는 겁니다. 개정규정을 악용해 투기 세력이 발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을 때 이야깁니다. 꼭 보존해야 하는 우량농지가 아닌 이를테면 농업진흥지역 밖에 있는 지역은 실제로 전용 대상이 되고 있어 투기를 우려할만한 소지가 있죠. 이 문제는 소유제한이 아니라 다른 정책 수단으로 제어해야 합니다. 장기임대에 의한 영농 규모화, 농업 경쟁력 제고 등 농업 구조개혁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이 과정을 일부 투기라는 부작용이 두려워서 못한다면 농업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다른 용도로 전용될만한 농지, 주로 대도시 주변 농지들에 대해서는 지금도 투기적 수요가 팽배하고 있죠. 현재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투기를 잠재우기 위한 정책수단이 미약해요. 오히려 개정안에 확대 도입된 농지보전부담금이 훌륭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농지전용에 따른 불로소득을 거둬들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관철한다면 말입니다. 농지전용에서 발생하는 지가차익을 철저히 환수하면 투기 유인은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농민수 급격히 줄어드는데 농민은 땅 살 자금없어
박/지금단계서 ‘경자유전’ 버리면 부작용과 역효과 발생

=현재 농지법은 농지 임대차를 금지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고 예외적으로 몇 가지 허용하고 있죠. 하지만 법적 금지 때문에 농지 임대차를 못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예외 조항이 적용되는 농지가 굉장히 많아요. 농지 전체 면적 가운데 1996년 이후 소유권 변동이 이뤄졌을 때만 농지법 적용을 받게 되죠. 그게 전체 농지 186만 가운데 50만 정도라고 해요. 나머지는 지금도 임대차가 이뤄지고 있는 거죠. 즉 현재 농지임대차가 합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면적이 전체의 73% 이상 된다는 거죠. 투기 목적으로 농지 사들여 땅값 오르면 파는 건 지금도 가능해요. 현재는 불법이나 탈법 형태인데 이를 합법적으로 열어준다는 데 차이가 있는 것이죠. 이런 상태에서는 개정안이 농지임대차 허용을 통해 규모 확대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투기만 조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나 임대차는 필요하지만 먼저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죠. 농지조성비의 명칭을 농지보전부담금으로 바꾸고 공시지가 기준을 적용해도 농지전용 이익의 환수 기능은 잘 못할 걸로 보입니다. 농지전용 이익이 얼마나 되고 그 가운데 몇 퍼센트를 환수할 것인가가 정립 되어야죠. 그러려면 개발부담금 형식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올해부터 전면 집행 유보됐죠. 농지전용 가능성 문제도 있습니다. 국토 이용 계획의 변경, 신도시 개발, 택지개발 등 공공적 목적이라는 이름으로 농업진흥지역마저도 전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리지역 농지는 전용하는 데 별다른 제한이 없어 전국에 걸쳐 필지별로 소규모로 전용이 되고 있죠. 최근 몇 년간 농지 전용 허가받은 면적이 연간 1만2000 정도 되는데 한 건당 평균 600평 규모입니다. 국토 계획법에 따른 개발허가제는 농지 전용을 계획적으로 할 수 있는 제도가 못 되고 있죠. 이런 상태에서 소유와 임대차 규제를 풀 경우 분명히 투기를 조장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겁니다.

최/투기부작용 두려워 못한다면 농업발전 위해 바람직하지 않아
박/지목만 바꿔도 차액 어마어마 먼저 보완장치 마련해야죠

=농지법 적용 받는 농지가 50만밖에 안 된다고 하셨는데 현재는 그렇겠지요. 하지만 농지 소유권은 회전될 것이기 때문에 10년~20년 뒤엔 전체 농지가 법적용 대상에 들어올 겁니다. 1996년 이전에 산 땅이라도 농지법 개정 뒤에 매매하면 농지법 적용을 받게 될 테니까요.

박=연간 농지거래 면적이 7만 정도이니까

136만가 농지법 틀 안으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기간은 19년 정도 됩니다.

=결국은 적용대상 농지가 계속 늘어난다는 겁니다. 50만도 적은 면적이 아니죠. 또 농지보존부담금이 투기 수요를 잠재우는 데 불충분한 건 부과방식 때문입니다. 앞으로 부과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시지가에 일정한 부과율을 곱해서 산출하는 방식도 있고 전용으로 발생한 이익 다시 말해 전용 전후의 땅값 차이를 바탕으로 일정 부과율을 곱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번의 개정안은 어느 쪽인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까지만 나와 있고 그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산정하게 돼 있죠. 시행령을 개정하는 단계에서 더 논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지는 특히 공시지가 자체가 실거래 값을 반영하는 현실화율이 낮은 까닭에 공시지가에 일정 퍼센트를 곱하는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내지만 현실화되면 굉장히 큰 부담금이 나올 수 있죠.

=농지일 때 공시지가에 몇 퍼센트 곱하는 것과 비농지로 개발된 뒤 지가차액을 기준으로 하는 건 차이가 큽니다. 현실을 보면 개발 안하고 지목만 농지에서 대지로 바뀌어도 차액이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몇 배에 달하죠. 예를 들어 경기도 용인에서 주택 지어 대지로 지목이 바뀌면 값이 10배 뜁니다. 실거래 값이 10만원이라면 공시지가는 몇 만원도 안 되는 게 현실이죠. 비교할 수가 없는 겁니다. 수도권 지역 농지로서 제일 비싼 건 대략 70만원대까지 나갑니다. 전용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전용 기대 값이 반영된 거죠. 공시지가 기준으로 해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차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건 개발부담금이 대표적인데 현실은 미실현 이득이라는 이유로 그것마저 유보된 상태 아닙니까? 지가 차액을 바탕으로 한 전용이익 환수를 도입하려 해도 곧바로 같은 문제에 부닥치게 됩니다.

최혁재“꽁꽁 묶여있던 임대차
활성화할 수 있다는데 의의”

=개발부담금이 유예된 건 미실현 이익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외환위기 탓에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유보한 것이지요.

=개발부담금 부과대상에 농지전용사업도 들어가 있어요. 개발부담금이 유보된 상황에서 농지보전부담금을 마음대로 같은 방식으로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비농업인 소유규제와 임대차를 풀기 전에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할 장치는 농지전용 허가제를 바꾸고 전용이익에 대한 환수가 되도록 하는 겁니다.

=부과 방법을 바꿀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시행령 개정 사항이에요. 농지가 농업부문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인식이 맞다면 어렵지만 그 대책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토론은 도시민 농지 소유 허용이라는 쟁점에서 정점에 올랐다. 복잡한 법 규정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잔잔하던 두 사람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범부처적으로 이뤄지는 국토 계획이나 관리는 놔둔 채 농지법만 바꾸려 하는 건 위험합니다. 개정하려면 전체 국토 계획 안에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같이 또는 먼저 마련해야죠. 농지제도의 목표와 원칙을 정하고 그 방향을 향해 필요한 여건과 법적 기반을 갖추면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제까지 농지는 그야말로 농업 생산을 위한 공간으로만 인식돼 온 것 같습니다. 농촌엔 사람도 시설도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종합적인 배려가 미흡했죠. 농촌 토지 이용 문제를 다룰 땐 전체적인 국토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계획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농지 전용이 마구 분산돼 이뤄졌죠. 국토 관리 차원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119조를 농촌 복지와 생활 개선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여러가지 도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지금처럼 소규모로 분산돼 있으면 경제성이 떨어져 시설이 제대로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아울러 규제가 완화되면서 각종 시설들이 무분별하게 들어와 오염원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최/투기는 소유제한이 아니라 다른 정책수단으로 제어해야
박/범부처적 국토제한은 놔둔채 농지법만 바꾸는건 위험합니다

=동의합니다.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비농업 부문에서 항상 농업 부문이 농지법으로 전용을 규제해 비농업 부문이 필요로 하는 도시용지나 산업용지의 공급이 안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지금보다 더 농지 전용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거죠.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도시용지가 턱없이 모자란 건 맞습니다. 2020년까지 38만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해요. 보통 농지가 도시 용지 공급원의 60%를 차지해요. 그러면 2020년까지 농지에서 도시용지에 제공할 면적이 26만 정도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총량적으로 보면 농지 쪽에서 충분히 공급 가능한 겁니다. 문제는 위치죠. 대도시 주변에서 공급 부족을 느끼는 겁니다. 그런데 농지나 산지나 국토 자원의 개발에 관한 전체적인 원칙 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해요. 이를 테면 도시용지를 충당하기 위해 농지를 먼저 개발할 것인지 산지로 할 것인지 등이요. 그리고 농촌 토지 이용도 분산 개발되지 않도록 굵직굵직 한 용도로 묶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용지 공급 차원에서도 신중해야 합니다. 개발용지를 한꺼번에 확보하면 공급이 늘어 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농림지역 제도를 들여왔다가 난개발로 이어진 경험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도시 용지로 농지를 충당해서 쓰는 데도 원칙과 기준을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도시권의 개발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농지전용을 둘러싼 농업과 비농업 부문의 갈등과 대립이 일어나죠. 그런 지역에서의 문제를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해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수도권에서 공장 증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농지전용 규제 때문이 아니라 공장총량제나 환경규제 때문이지요. ‘계획 없는 개발 없다’는 원칙을 꼭 지켜나가야 합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그런 취지에서 도입됐죠. 50년 넘게 용도지역제를 채택해서 시행해 오다 계획에 의한 개발 체제로 이제 겨우 한 걸음 나갔습니다. 각 제도들의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 나가야 겠지요.

첨예하게 대립하던 두 사람 모두 계획 없는 개발에 대해서는 똑같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주제는 농업회사 법인 자격 완화 문제를 돌아 농지은행 설립에 닻을 내렸다. 두 사람 모두 농지를 제대로 관리할 기관이 마련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농촌 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 많을 텐데. 너무 어렵게 이야기한 건 아닐까요?” 토론을 마치며 두 사람은 걱정을 시작했다.

=덧붙여 이번 개정안 가운데 주식회사 농업 법인의 자격 완화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농업 생산에 따른 수익이 적은데 자본을 가진 기업이 생산을 목적으로 농업회사에 투자하겠느냐는 거죠. 농업 생산 수익보다는 농지 전용에 따른 지가 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겁니다. 농지 전용만 차단되면 되는데 그게 열려 있는 한은 불안한 거죠. 사실 방법은 다르지만 농지전용 규제나 소유 규제나 농지가 농업을 위해 쓰이지 않고 난개발 되거나 투기적 자본이 들어와서 땅값이 올라가는 걸 막으려는 거죠. 민간기업이 농지 소유는 못하게 돼 있지만 농업생산에 참여해 효과를 많이 거뒀다는 일본의 사례가 소개됐죠. 41개 기업이 농업생산에 참여했다고 해요.

=농업 법인 자격 완화는 실효성이 문제가 될 순 있어도 사회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뇨 치료 효과가 있는 쌀 같은 상품 만드는 데 기업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박석두 “5년뒤 전용하려 하거나 팔겠다면‥
막을 방법 없어”

=개정안에서 가장 효과가 기대 되는 건 농지은행 제도의 도입입니다. 그동안 농지 관리 기구도 없이 내버려둔 게 문제였는데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관리 기구를 지역마다 둔다니 말입니다. 농지 소유와 임대차에 대한 등록 관리도 하겠지요.

=농지은행은 고령이나 경쟁력을 상실한 농가들이 은퇴하거나 경영을 포기할 때 농지 은행이 그들을 지원하는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농업 시장이 개방된 뒤 우리 농가의 자본력이 워낙 미약해 농지가 방매됐을 때 농지시장에서 이를 소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죠. 농지값 폭락으로 이어지면 팔려고 해도 팔 수 없어 영세 농가에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어요. 농지은행은 시장 안정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죠. 이 부분을 어떤 주체가 어떻게 운영할지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합니다.

=농지관리기구가 핵심적 기능을 해야 할 겁니다. 관리기구가 땅을 사서 영농규모를 키우려는 사람에게 집적을 시켜줄 수도 있고요. 비농업인이 농지를 사려고 할 때 이에 대한 충분한 관리가 이뤄져야죠.

정리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한겨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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