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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할 말있습니다―윤여창] 이젠 쌀 품질혁명 시대
분류
농업뉴스
조회
183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3-28 09:41 (수정일: 2005-03-28 09:41)

제갈량은 적의 군량미 창고를 공격하는 전법을 곧잘 사용했다. 식량을 잃게 된 적군은 어쩔 수 없이 퇴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쌀산업은 단순한 교역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방위산업의 성격을 띤다. 모든 나라가 농업을 보호,육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방화에 따라 농산물 전 품목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쌀은 우리 농산물을 대표하므로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 연말 쌀 수출국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배로 늘어나고 자국산업보호정책인 관세화 유예기간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으로 연장되었다. 이번 협상의 결과 관세화는 유예되었으나 우리 쌀 산업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수입쌀이 전체 식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하게 되어 농업 관련 산업 전반의 쇠퇴는 불가피하다.

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쌀을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식량안보와 농촌의 공동화를 방지하여 지역안보를 가능하게 하는 쌀의 안보적 의미만으로도 쌀을 경제재가 아닌 공공재로서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이에 더하여 녹색공간의 제공,환경 및 생태계 보전,전통문화의 계승발전,홍수예방 효과 등으로 인하여 연간 28조원으로 추산되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는 논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농업인에게 생산의욕을 줄 수 있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 의지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생산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쌀 전업농 육성은 이미 추진 중에 있거니와 직불제,농작물재해보험제도,농업용 자재에 대한 세제지원,농촌의 교육,복지여건 확충 등의 정책은 쌀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쌀의 영양가치에 대한 재인식 또한 필요하다. 쌀은 우수한 식품임에도 편의식에 밀리고 쌀밥은 탄수화물이 많아 비만의 주범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쌀 소비는 감소추세이다. 미국에서 매년 8% 정도 쌀 소비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도정하는 과정에서 배아가 깎여나간 쌀도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리놀산을 함유하며 쌀의 미강에는 혈압을 조정하는 성분이 있다. 또 항산화제를 함유하여 노화 방지 역할도 한다. 쌀을 이용한 전통식품을 개발하고 가공용 확대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국 브랜드 쌀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 쌀의 품질고급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고품질 쌀을 생산하기 위한 품종을 선택하여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쌀 생산기술로 이룩할 수 있다.

개발한 고품질 쌀이 수확 후 관리와 도정시 품종혼입으로 밥맛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건조-저장-가공으로 이어지는 수확 후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쌀 품질관리제도를 확립함으로써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에서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 첨단기술을 투입하여 쌀의 브랜드화를 이룩한다면 생산자에게 쌀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우리 쌀이 수입쌀보다 다소 높은 가격이라 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1960년대 쌀밥 먹는 소원은 양적인 증산에 의한 녹색혁명으로 이루어졌다. 이제는 증산에서 품질로의 가치 전환이 필요하다. 생산성보다는 안전성을 지향하여 비료와 농약을 적게 사용하는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는 친환경농업,지식농업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직을 걸고 쌀개방을 막겠다고 한 대통령도 있었으나 이제 개방은 대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1994년 UR협상의 결과 쌀시장이 개방된 이래 쌀산업의 경쟁력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DDA협상 이후의 앞으로 10년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초읽기에 몰리고 있는 국내 쌀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혁명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쌀의 혁명 프로젝트,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여창(건국대학교 축산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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