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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형유통업체 횡포 ‘극심’
분류
농업뉴스
조회
126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4-07 00:00 (수정일: 2005-04-07 00:00)
대형유통업체 횡포 ‘극심’
 
쌀 미끼상품 내걸고 턱없이 낮은값에 납품 요구

쌀 산지를 대상으로 한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 소비자를 잡기 위해 각종 할인·특판행사를 벌이면서 쌀을 대표적인 저가 상품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 문제는 소비자에게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팔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산지농협에 떠안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쌀 판매업체들의 이 같은 횡포는 수입쌀과의 한판 승부를 앞둔 가운데 산지농협의 경영악화는 물론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투자를 근본적으로 막아 결국 그 피해가 농업인에게 돌아간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호객용’으로 전락한 쌀=업계에 따르면 삼성홈플러스·신세계이마트·롯데마트·GS(지에스)마트(옛 LG유통) 등 4개 대형 유통업체들은 ‘창립 사은행사’ 등의 명목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벌이고 있다.

3월16일부터 이달 7일까지 거의 한달간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홍보 전단지에는 ‘20㎏들이 쌀 한포대가 3만8,800원!’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사진과 함께 실려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산지농협에서 20㎏들이 정곡 한포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원가가 최소 4만원~4만1,000원(마진 제외)선인 점을 감안하면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소비지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창립 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월31일~4월 8일 할인행사를 벌인 삼성홈플러스는 20㎏들이 쌀을 3만8,600원에 공급하고 있다. 충남과 전남북·경남 등지의 7개 지역농협에서 쌀을 공급받는 이 업체는 본지 확인 결과 산지에 3만7,500원대의 가격으로 납품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부터 10일까지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 이마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들이 대신 10㎏들이 쌀을 주로 팔면서 매긴 소비자가격은 1만9,800원. 20㎏짜리로 단순 환산하면 3만9,600원에 불과해 역시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GS마트는 전남 등에서 공급받는 20㎏들이 쌀 한포대를 4만1,000원에 내놓고 있다. 언뜻 보기엔 산지서 생산원가는 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확인 결과 회사 마진을 뺀 3만8,000~3만9,000원에 납품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지에서 공급되는 많은 쌀들이 일명 ‘저가쌀’이라는 딱지를 달고 호객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울며 겨자먹기’식 공급=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왜곡된 쌀 판매 상황이지만 산지농협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털어놓는다.

저장시설 부족 등으로 쌀 보유가 부담스러운 농협의 입장에서는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팔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보니 대형 유통업체가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산지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 농협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경영 방침이 매출액 증대에서 이익률 증대로 바뀌면서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납품 요구를 거절할 경우 해당 농협을 협력업체에서 제외한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모 농협은 무리한 저가 납품 요구에 맞서다가 업체로부터 앞으로 쌀을 받지 않겠다는 ‘선고’를 받았다. 이 농협 관계자는 “쌀을 팔아 엄청난 이익을 얻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원가만이라도 보장해달라는 산지의 목소리를 업체들이 귀담아듣기는커녕 무시하기 일쑤”라면서 “저가납품 요구를 거절했다 판로를 잃게 된 산지의 어려움을 어디에다 호소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쌀 유통주체들의 인식변화 따라야=이 같은 쌀 저가판매가 쌀 소비확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쌀 소비가 줄고 있는 마당에 쌀을 저가로 공급한다고 해서 한그릇 먹을 사람이 두그릇 먹는 게 아니라는 설명.

저가판매는 오히려 산지 쌀 기준가격이 돼버려 전체 쌀값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또 단기적으로 산지농협 경영악화를 야기하고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시설투자를 막아 장기적으로 국내 쌀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천주 대한주부클럽회장은 “원가 이하의 쌀 판매가 쌀 소비에도, 쌀 산업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농협중앙회는 최근 쌀 저가판매를 자제해줄 것을 각 유통업체에 요청하는 등 쌀값 지지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 업체들이 개별 농협을 돌아다니며 ‘가격후려치기’에 나서는 데는 속수무책이기 때문.

김영주 농협중앙회 양곡유통팀장은 “일부 대형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구매 중단과 거래처 변경을 무기로 산지농협에 원가 이하로 쌀을 공급해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농협만으로는 견제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병완 광주·전남 농협미곡종합처리장운영협의회장(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2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에게 보낸 협조 서한을 통해 “대형 할인업체에 저가 쌀 판매를 자제해주도록 당부해달라”고 밝히는 등 산지 쌀값 지지를 위한 관련 단체의 협조를 요망했다.

〈김소영〉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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