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포도나무인들 성하겠습니까.”(이정순씨·충남 논산), “배추가
하얗게 쓰러지고, 결구도 제대로 안됩니다. 30여년 배추농사에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박창수씨·강원
정선), “고추가 줄기째 말라 죽는 걸 보면 속이 터집니다.”(김규덕씨·전남 곡성).
전국적으로 30℃가 넘는 폭염이
수주째 지속되면서 농작물과 함께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본지 8월4일자 5면 보도).
8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덕암1구. 줄지어
있는 포도나무마다 땡볕에 생기를 잃은 채 잎은 누렇게 변해버렸고 포도송이가 매달린 줄기는 수확도 하기
전에 말라가고 있다.
포도밭 옆에서 직판을 하는 이정순씨(53)는
“나무가 생기를 잃어 색도 제대로 안들어 팔 게 별로 없다”고 한숨짓는다. 20여일째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있지만 출하가 열흘 정도 늦어져 올해는 추석장에 대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이동자씨(51)는 “날씨마저
이러니 농업인들이 어떻게 살겠느냐”며 답답해한다.
폭염 피해는 고추·잎담배·과수도 예외가 아니다.
조영선 농협원주시지부 과장은 “조생종 복숭아 상당량이 한상자(4.5㎏)에 10과 이내인 상품 비율이
5%가 안될 정도로 크기가 작아 수확량이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7일 오후 전남지역 고추 집산지인 곡성군
고달면 백곡리. 뙤약볕 아래서 홍고추를 수확하고 있는 김규덕씨(64)의 고추밭은 3분의 1 이상 하얗게
말라죽고 나머지도 잎과 줄기가 축 처져 벌써 끝물을 예고하고 있다.
김씨는 “예년 같으면 9월 말 서리 내리기
전까지 고추를 땄지만 폭염에다 역병이 심해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칠 것 같다”면서 “속은 타지만
빨리 뽑아내고 무·배추라도 심어야지 어쩌겠느냐”며 한숨이다.
임종봉씨(62)도 “60여농가 중 60%
이상이 고사 피해를 입었다”면서 “특히 〈청양〉고추는 역병이 극심해 지금 수확을 하고 있는 곳은 서너농가뿐”이라고
전했다.
해남군 산이면 지역도 고추 수확을 포기한
농가가 속속 늘고 있다. 황미수 산이농협 판매계장은 “홍고추 계약재배를 한 29농가 중 10농가가 이미
고추를 뽑아냈고 나머지 농가는 근근이 수확을 하고 있다”며 “수매량이 당초 계약물량 7t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금 농촌은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부진, 그리고 가마솥 더위로 농작물 생육까지 부진해 농업인들이 힘겨운 씨름을 하고 있다.
〈정선=장수옥, 곡성·해남=박창희, 논산·부여=이경석,
이승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