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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확앞두고 웬 날벼락…”
분류
농업뉴스
조회
326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6-23 09:51 (수정일: 2004-06-2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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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앞두고 웬 날벼락…”

충남 청양 청남면 집중호우 피해르포
“하천물이 넘칠지 모르니 배수문을 닫아달라고 통사정해도 건설업체는 ‘문제없다, 걱정말라’고 하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폭설 피해가 난 지 석달 만에 이런 인재까지 겪게 되니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21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인양리. 19일부터 사흘째 계속된 비로 밤잠을 설친 주민들이 새벽같이 하천제방 배수장 물막이 공사현장 근처에 모여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19일 오전에 청남면 면장과 주민들이 배수장 배수문 확장공사를 하는 시공사에 가서 배수문 좀 막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는데도 염려말라며 들은 척도 안하더니 결국 20일 새벽부터 물이 역류해 온통 물바다가 됐습니다.”(허만회씨·52) “시공사는 자신들의 공법으로는 비가 200㎜ 이상 와도 끄떡없다더니 불과 하루만에 논이고 밭이고 성한 곳이 없게 됐습니다.”(송주일씨·55)

분을 삭이지 못한 농업인들은 뻘밭으로 변한 하우스 안을 보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름만 있으면 출하할 수박인데 3,600평 모두가 물에 잠겨 죄다 망쳤습니다.”(임완묵씨·54) 피해는 임씨만이 본 것이 아니었다.

하천 제방 안으로 넓게 펼쳐진 벼논 군데군데 자리잡은 시설하우스 모두가 같은 상황이다. 수박과 토마토·멜론 등 갓 수확이 시작된 곳과 이제 막 수확할 하우스 가릴 것 없이 모두 진흙탕으로 변해버렸다.

수박과 딸기·참깨 등 비닐하우스 15동 전체가 물에 잠겨버린 허만회씨는 뿌리째 맥없이 뽑혀 떠버린 딸기 모종을 바라보며 연신 담배를 빼물고 한숨을 토해냈다. “11월 딸기를 출하할 계획으로 모종을 심어 이제 막 줄기가 뻗기 시작했는데 물을 먹어 버려 완전히 못쓰게 됐습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지만 내년 농사도 망친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 지역은 이미 지난 3월 초 폭설로 인해 시설하우스 400여동이 전파 또는 반파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곳. 연이은 재난, 그것도 이번에는 어처구니 없는 건설업체의 안이한 대처로 또 다시 피해를 입어 농업인들은 충격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토마토와 멜론 하우스 5동이 침수된 윤일혁씨(53)는 “3월 폭설에 하우스가 무너져 내린 후 쥐꼬리만한 정부지원금에 빚까지 내서 시설을 복구해 이제 겨우 3상자 따냈는데 이 꼴이 되고 말았다”며 “빚을 털어내도 살까말까한데 인재로 인해 또 농사를 망쳤으니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할 따름”이라며 허탈해했다.

청남면사무소는 지역에서 인양리 일대를 중심으로 벼논 200㏊와 시설하우스 200동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면의 관계자는 “지난 5월 중순께 국토관리청에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배수문 공사를 끝내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공사가 지금까지 미뤄져 피해가 커졌다”며 “이번 피해는 분명한 인재인 만큼 업체와 감독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900평 피해를 입은 농업인 전수병씨(49)는 “정확한 조사 후 농가피해 전부에 대해 반드시 보상이 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배수문 시공사와 감리단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침수 피해는 수문 미설치로 인한 인재로,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감리 및 시공사가 최선을 다하겠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조사 후 농업인들과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양=이경석〉 ksle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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