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가격하락이 산지폐기의 발단=겨울대파값의 바닥세가 산지폐기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겨울대파는 설 대목에도 평년의 절반수준 가격을 맴돌았고, 설 이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등의 여파로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12일에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대파 경락값이 상품 1㎏에 817원에 불과했다. 이는 예년 이맘때보다 56% 낮을 뿐만 아니라 약세에 허덕였던 지난해보다도 25% 낮은 수준이다.
올겨울 이상고온으로 작황이 너무 좋아 생산량이 급증한 탓이다. 농협이 추정하는 올 겨울대파 생산량은 평년 대비 11% 많은 12만5000여t이다.
산지와 도매시장에서 선제적 수급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인 것(본지 1월24일자 6면 보도)도 산지폐기를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
대파농가 김대중씨(49·신안군 자은면)는 “출하비용도 건지기 힘든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확을 포기한 농가들이 많다”며 “산지폐기로 출하물량을 줄이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가격회복 기대감 ‘솔솔’…소비부진이 ‘악재’=산지폐기가 대파값을 지지하는 데 호재로 작용하리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이 무색하게 산지폐기가 마무리돼도 대파값이 예년 수준으로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으로 식당 등 대량소비처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세훈 서진도농협 경제상무는 “지난해보다 한달이나 빨리 시장격리를 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의 여파로 소비부진이 심각해 가격지지 효과를 가늠할 수 없다”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간 이어지면 가격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산지폐기 물량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격지지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700㏊를 산지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산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전광열 전국대파유통인연합회장은 “예년 이맘때면 적어도 40% 이상 출하됐어야 하는데, 체감상 출하율이 30%대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면서 “출하대기 물량이 많아 360㏊를 산지폐기한다고 해도 가격이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매시장의 평가는 더 냉혹하다. 최윤준 대아청과 경매사는 “가락시장 내 재고량이 예년과 달리 상당한 수준”이라면서 “대형마트나 식자재유통업체로 나가는 물량도 급격히 줄고 있어 예년수준의 가격회복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출처: 농민신문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