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메뉴
전체메뉴닫기
알림마당

새소식

제목
덴마크 낙농 AI시스템, 집유량 정밀 예측…원유 재고 최소화
분류
농업뉴스
조회
42445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11-29 10:22

창간 55주년 기획-세계 선진농법 현장을 가다 (11)빅데이터에 기반한 덴마크의 스마트낙농

“오늘 날씨는 어때?” “현재 서울 아침 기온은 영하 5℃로 어제보다 더 춥습니다.” 일상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물건값을 계산하는 단순 업무부터 고도화된 기능이 필요한 건강 컨설팅까지, 첨단기술은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녹아들었다.
국내 낙농업에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낙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을 실현하고자 관련 예산과 농가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형 스마트팜 모델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같은 환경모니터링 장비를 갖춘 1세대, 생체정보 수집장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젖소를 사양관리하는 2세대, ICT 장비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화·무인화 목장을 구현한 3세대 등 모두 세단계로 구분된다. 현재는 선도농가를 중심으로 1세대 모델이 보급·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낙농가는 다가오는 스마트팜 시대에 대비해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또 스마트팜을 도입한 국내 낙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답을 찾기 위해 북유럽의 낙농강국 덴마크로 향했다. 덴마크는 10여년 전부터 정부 주도로 낙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해온 대표적인 국가다. 덴마크의 빅데이터(대용량 전산기록) 활용과 기술 인프라 등은 이제 막 스마트팜 시대에 발을 디딘 국내 낙농업에 좋은 이정표가 될 것이다.


유가공업체 ‘알라푸드’
덴마크 낙농가 90%가 회원 농가 수집 데이터, AI로 분석
월별 소비량 데이터와 접목 유제품 생산계획 수립
위생상태 등 빅데이터 활용 농가들 평균 수준 수치화 스스로 경쟁력 높이도록 유도
‘요한 베베의 목장’
젖소 130여마리 혼자 관리 일주일 한두번 ‘알바’만 고용 착유·목장 청소, 로봇에 맡겨
남는 시간은 컴퓨터 통해 각 개체 건강·원유 생산량 등 파악하는 데 충분히 할애
젖소 건강관리, 발정탐지기로 시간대별 움직임 등 점검 치료·도태 등 정밀 관리



빅데이터 분석으로 선진 낙농 구현에 앞장서는 글로벌 유가공업체 ‘알라푸드’의 폴 반크 패터슨 부장.

빅데이터 분석으로 미래를 예측하다

덴마크에선 ICT 장비를 통해 모은 젖소의 생체정보를 사양관리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팜을 넘어 스마트낙농을 구현한 것이다.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단연 알라푸드(이하 알라)다. 알라는 덴마크와 스웨덴의 낙농협동조합이 모여 탄생시킨 글로벌 유가공업체다. 덴마크·스웨덴·벨기에·네덜란드 등 모두 7개 유럽 국가의 농가 1만1000여명이 소속돼 있다. 이 가운데 덴마크 전체 낙농가(2900여명)의 90% 정도가 회원으로, 알라는 이들로부터 연평균 480만t의 원유를 집유한다.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가장 큰 농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자부합니다.”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 있는 알라 본사. 이곳을 총괄하는 폴 반크 패터슨(Poul Bank Pettersson) 부장은 첨단기술이 접목된 덴마크 낙농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성공적인 원유 판매를 위해 신기술을 개발·보급하고 있다”며 알라가 최근 개발한 시스템을 소개했다.
알라는 올 3월께 집유량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AI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하루 원유 생산량, 계절에 따른 생산량 변화 등 각 농가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 전체 집유량 예측치를 내놓는다. 이때 일련의 데이터는 농가가 직접 입력하거나 ICT 장비를 통해 저절로 알라의 중앙 DB에 축적된다.
시스템은 이어 월별 우유·유제품 소비량 데이터를 접목시켜 원유 재고량을 최대한 낮출 수 있는 유제품 생산계획을 수립한다. 가령 우유 소비가 부진한 겨울엔 우유제품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유제품 생산량을 늘리도록 생산계획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사람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알라는 시스템의 오차율이 0.3~0.7%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패터슨 부장은 “아주 작은 오차라도 전체 예측치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개발할 때 정확도를 높이려고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알라는 시스템을 보급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른 시일 내에 연평균 20만t 정도의 원유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한 베베가 로봇착유기를 이용해 집유한 원유의 품질을 컴퓨터로 확인하고 있다.

농가경쟁력 이끄는 빅데이터

알라는 빅데이터를 원유 재고량 감소뿐만 아니라 농가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활용한다. 10여년 전 알라가 농가에 보급한 원유 품질보증시스템인 ‘알라고르덴 플러스(Arlagarden Plus)’는 농가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농가는 이 시스템을 설치한 컴퓨터에 분기별로 농장 위생상태, 농장 주변 환경, 급여한 사료의 종류, 동물복지 현황 등 항목을 입력한다. 물론 이들 항목은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수치화돼 있다. 젖소의 건강 또는 원유 상태는 발정탐지기와 로봇착유기 등 ICT 장비를 통해 저절로 등록된다. 이어 알라는 1년에 네차례 농가를 직접 방문해 입력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다. 방대한 데이터가 모이면 지역별·농가별 평균치가 생성된다. 이런 정보는 농가에 공개돼 자신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시스템이 농가에 보급될 당시 일부 농가는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도입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목장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알려준다는 사실 때문에 이제는 모든 농가가 만족하며 활용하고 있다.
알라는 앞으로 이 시스템에 젖소의 탄소 배출량 같은 환경오염 지표를 포함할 계획이다. 축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다. 패터슨 부장은 “첨단기술 발전은 결국 지속가능한 낙농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농가와 소비자가 만족하는 낙농업이 되도록 기술 개발·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젊은 낙농가 요한 베베의 목장.

스마트팜 도입으로 찾은 여유

그렇다면 알라 소속 농가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덴마크 남쪽 링에지역에 있는 요한 베베(32·Johan bebe)의 목장. 오후 3시께 방문한 목장에는 젖소만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자 한 건물에서 주인이 나타났다. 베베는 “하루에 아침·저녁 2번만 목장에 온다”며 손님맞이에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그가 근로자를 따로 고용한 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1~2차례 인근에 사는 학생이 목장을 찾아와 허드렛일을 거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혼자 젖소 130여마리를 오롯이 관리한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베베는 “원유를 직접 짤 필요도, 청소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컴퓨터를 통해 각 개체의 건강과 하루 원유 생산량, 원유 품질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로봇착유기와 발정탐지기, 알라고르덴 플러스 등 스마트기술을 도입한 덕이다.
로봇착유기의 경우 젖소의 유두를 세척하고 원유를 집유한 다음 품질 분석까지 해준다. 젖소는 원하는 시간에 착유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하루 1~2번 착유하던 것에서 수시로 젖을 짤 수 있게 돼 생산량도 한마리당 4~5ℓ씩 늘었다.
젖소의 건강관리는 발정탐지기가 도맡았다. 젖소 목에 부착된 이 기기는 하루 평균 활동량과 시간대별 움직임, 발정 여부 등을 베베의 컴퓨터로 보낸다. 만약 젖소가 평소보다 잘 움직이지 않으면 상태를 확인해보라고 빨간색으로 메시지를 띄운다. 한마디로 이 기기는 젖소 세계의 스마트워치인 셈이다. 베베는 매일 축적된 데이터를 보고 이상이 있는 개체를 치료하거나 도태하는 등 정밀하게 사양관리한다.



로봇착유기로 원유를 착유하는 모습.

베베는 “로봇착유기 한대당 가격이 1억8000만원이 넘는 등 수억원의 투자비용이 들었지만 결정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3년 전 다른 일반 목장에서 일할 땐 하루 대부분을 젖소와 보냈지만, 이제는 가족과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링에·오르후스=최문희 기자

만족도
80.0%
고객만족도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