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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늘 정부수매분 유통 안 시켜야” “양파 야적물량 부패 우려”
분류
농업뉴스
조회
1904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07-31 15:17


26일 오전 김한기 팀장(맨 왼쪽) 등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 관계자들이 서홍두 대구 달성 구지농협 조합장(왼쪽 두번째)과 농민 송상만씨(맨 오른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송씨의 마늘을 검사대에 쏟아붓고 크기와 고르기 등을 검사하고 있다.

대구·합천 주산지 가보니
마늘
수매 위한 품질검사 한창
농가들, 단가 너무 낮아 불만 등급 완화 요구 묵살도 지적
양파
수출용 재선별작업 분주
거의 비가림시설에…일부 야적 고온다습해 상품성 하락 걱정


26일 오전, 대구 달성 구지농협(조합장 서홍두) 동부지점(지점장 곽기운) 앞마당. 마늘 정부수매물량에 대한 품질검사가 한창이었다. 구지농협에 배정된 수매물량은 모두 1만6000망(20㎏들이). 농가로 치면 120여농가가 해당된다. 5일 확정·발표된 정부수매 2만3000t(정부는 29일 1만5000t 추가수매를 발표했음)에 대한 작업이 전국적으론 아직 초반단계지만, 구지농협에선 이날을 마지막으로 3일간의 수매작업을 종료했다.
작업은 시종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진행됐다. 농가나 검사원, 농협 관계자 가운데 웃고 떠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북지원에서 나온 검사관들이 농민이 가져온 마늘 20㎏들이 망포대를 검사대에 올려 내용물을 좌르르 쏟아부은 뒤 크기며 고르기 등 품질을 일일이 확인했다.
30마지기(1만9800여㎡·6000평)에 마늘을 재배했다는 송상만씨(51·구지면 평촌리)는 자신의 마늘이 검사대로 올려지자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합격통보를 받자 그제야 한숨을 내쉰 송씨는 “1㎏당 2300원으로 정부수매가격이 너무 낮지만, 시중가격이 크게 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이 (수매에) 참여했다”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매물량을 전량 폐기해 시중에 재유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상인들이 더이상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홍두 조합장은 “낮은 수매가격도 문제지만, 정부가 수매방침을 정할 때 대상 등급을 2등급까지로 완화하고 시기도 6월 중으로 앞당겨 끝냈더라면 7월 산지시세가 이렇게 충격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등급(<대서종>의 경우 지름 6㎝ 이상) 물량은 정부수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시중에서 비교적 높은 값에 판매되기 때문에 가격지지를 위한 목적이라면 정부가 굳이 1등급을 수매하기보다는 2등급을 수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기운 지점장도 등급을 완화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묵살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우리 농협에서만 사전에 3만망이 신청됐는데, 2등급까지로 대상 등급을 완화했다면 아마 4만~5만망이 신청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좋은 마늘은 정부가 사들이고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마늘이 시중 유통되면서 오히려 정부수매가 마늘 시세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뒤숭숭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인근 경북 고령군 우곡·덕곡지역에서 농민 2명이 마늘값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문이 회자되고 있었다. 특히 대규모의 토지를 임차해 농사를 지은 경우 손실액이 커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농민들의 얘기였다.
곽 지점장은 “일부 밭에서는 20㎏들이 한망당 2만원대(1㎏당 1000원대) 초반에 거래되므로 3만3000여㎡(1만평)에서 3000망이 생산된다고 할 때 수입은 겨우 6000만원(3000망×2만원)”이라며 “임차료·인건비 등 생산원가는 20㎏들이 한망당 최소 5만원(1㎏당 2500원 이상), 즉 3000망×5만원=1억5000만원이 들어가 결과적으로 1만평 마늘농사에서 최소 9000만원이 적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 찾은 경남 합천지역. 마늘과 함께 양파 주산지 중 한곳이다. 합천군과 합천지역 6개 농협이 출자해 설립한 시·군유통회사인 합천유통(대표 장문철)의 양파 작업장은 수출용 재선별 작업으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20㎏들이 망포장을 해체했다가 비정상품을 골라낸 뒤 다시 포장하는 작업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인부 대부분은 말이 서로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율곡농협·합천농협 등 일대 지역농협들의 풍경은 거의 비슷했다. 가는 곳마다 비가림시설 안에 양파 그물망이 거대한 탑처럼 쌓여 있었다. 강호윤 율곡농협 본부장은 “저온창고가 부족해 그나마 통풍이 잘되는 곳에 적재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도로와 다리 밑에도 양파 야적물량이 여전히 자리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농민 서희교씨(62·합천읍 서산리)는 “야적물량이 많이 줄긴 했지만 한 마을에서 10농가 중 1농가 정도가 여전히 갖고 있다”면서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부패율이 높아지기 마련인데, 가까이 가보면 상한 냄새가 나기도 해 정상적인 상품으로 거래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민신문 대구·합천=김소영 기자 spur22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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