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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골든타임 ‘째깍째깍’…전문가 3인이 말하는 ASF 대응책은?
분류
농업뉴스
조회
3519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09-27 09:19

(왼쪽부터)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장, 선우선영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겸임교수,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장.

“일시이동중지명령 준수를…축산차량 한지역에만 머물러야”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 등 정부, 선제조치 취했다면
발생 가능성 낮췄을 수도 이제라도 채혈검사 등 예찰을
외국인 근로자 다른 지역 이동 제한하는 등 SOP 보완 절실
가루 소독약은 미온수에 타 액체 형태로 만들어야 ‘효과적’
약 살포 땐 작업복·도구 등 소독대상 충분히 젖도록 해야
상시 방역 절실…국민 동참을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 안돼
농가 빠른 신고 덕에 비교적 신속한 대응 이뤄져
지금처럼 방역 온힘 다하길 양돈농가간 모임은 ‘금물’
잠복기간 고려하면 다음주쯤 예상 확산경로 알 수 있을 듯

당초 중점관리지역이 아니었던 인천 강화에서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판정이 나오면서 ASF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자조 섞인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확산일로의 ASF를 멈출 방법은 과연 없을까.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장, 선우선영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겸임교수,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장 등 학계·업계 최고 전문가 3인을 긴급 섭외해 지금 시점에서 실천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을 들어봤다.

― 발생원인을 알 수가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을 꼽자면.


▶선우선영(이하 선우)=아직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단계다. 확진된 곳이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라 (어떤 식으로든) 북한에서 ASF 바이러스가 넘어와 감염됐을 수도 있다. 또 이들 지역은 도축장, 동물 운반차량, 사료 공급차량 등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ASF가 접촉으로 감염되는 만큼 전파는 이들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진현(이하 조)=발생원인을 한가지로 단정 짓긴 힘든 상황이다. 북한에서 임진강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 야생멧돼지로 말미암은 발생, 태풍 이후 오염물질에 의한 발생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현섭(이하 김)=가능성을 점치기보단 일단 정부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 이번 역학조사에는 민간인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전에 전염성 질병이 발생했을 때의 역학조사보다 더 현실적이고 근거 있는 내용이 나올 수 있다.

― 벌써 6번째 확진을 받았다. 사실상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닌가.

▶조=정부와 생산자단체는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돈협회가 ASF 발생 자체를 막으려고 수개월 전부터 ▲잔반급여 전면 중단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 ▲불법 휴대축산물 검역강화 ▲외국인 근로자 입국 때 교육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는데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이런 조치들이 선제적으로 시행됐다면 발생 가능성이 훨씬 낮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김=신속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지만, 이러한 신속대응엔 농가의 공이 크다. 요즘 국가방역이나 질병 위험성에 대한 농가의 이해도가 높아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신고하고 있다. 앞으로도 빠른 신고를 해주면 ASF는 최소의 피해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선우=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는 예년보다 빠르게 일시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Standstill)을 내렸다. 불편하더라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제대로 지켜야 골든타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ASF에 걸린 돼지들이 출하돼 질병이 전국으로 확산했을 것이다.

― 계속 확산한다면 예상경로는.

▶조=주로 경기 북부지역에서 유행하는 양상을 볼 때 파주의 첫 발생농장과 역학관계에 있는 농장으로 확산되리라 보긴 어려운 것 같다.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선 섣부르게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다.
▶선우=지금 경기 북부지역에서 띄엄띄엄 점처럼 발생하는 이유는 농가들이 조기신고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도 그 부분만 도려내듯 방제하고 있다. 예상경로를 알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선 충청·전라·경상도 등 서울 이남으로 질병이 퍼지지 않도록 막는 게 최선이다.
▶김=ASF 잠복기는 최대 19일이며, 업계에선 보통 2주 안팎으로 보고 있다. 16일에 최초 발생(확진판정은 17일)했으니 다음주면 경로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은 정확한 경로를 알 수 없다.

― 경기권 밖으로 ASF 바이러스가 못 나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우선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 더는 숨어 있는 ASF 바이러스가 없게끔 소독을 강화해 위험요인을 최대한 제거하는 방법밖에 없다. ASF가 진정되기 전까진 모든 축산인 모임은 취소하는 게 좋다. 축산인끼리의 만남을 통해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돈농가는 당분간 일체의 모임에 참석하지 말고, 농장 출입 때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선우=축산차량이 해당 지역 안에서만 돌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 동물 운반차량이나 사료 공급차량도 지역을 나눠서 한정적인 지역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소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가루 소독약은 희석이 제대로 안돼 효과를 못 본 일이 많다. 가루 소독약은 소량의 미지근한 물에 타 액상으로 만든 다음 쓰는 게 중요하다.
▶조=경기권 밖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시이동중지명령이 시행됐고, 농가들도 최선을 다해 지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일시이동중지명령으로 농가들이 돼지 출하와 가축분뇨 반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추석 명절 때부터 출하를 못한 농가는 거의 20일 넘게 돼지를 못 내보내고 있다. 농가가 한계점에 이르렀을 땐 지정도축장 수매나 자돈 살처분 등 긴급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가축분뇨도 긴급 저장탱크 지원이나 지정 처리시설로 내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지금까지 정부 대처를 평가한다면.

▶조=정부가 ASF 긴급행동지침(SOP)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방역심의회를 개최하며 대응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다만 발생농가에서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실직상태가 된 외국인 근로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게끔 정부가 조치해야 한다. 이는 발생 이전에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이다. SOP를 일부 개정해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항은 보완해나가는 게 좋다.
▶선우=아직은 정부가 잘했다 못했다 논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일선에 있는 관계자들이 힘들게 방역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SOP를 마련했기 때문에 관계자와 국민은 이를 잘 준수해야 한다. 정부는 모두가 SOP를 지킬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김=지금까진 정부가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방역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한다. 예를 들어 발생농장 반경 3㎞ 안은 모두 살처분한 조치가 그렇다. 결과적으론 잘한 일이다. 정책 책임자 입장에선 질병을 빠르게 통제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 ‘ASF를 막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제언한다면.

▶선우=ASF는 주변국에서도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다. 이는 이번에 운 좋게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어떤 경로로든 다시 들어올 수 있는 질병이란 얘기다. 정부가 국경검역을 철저히 하고, 일반 국민도 ASF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절대 불법 휴대축산물을 반입해선 안된다. 또 농가들도 병이 나타났을 때만 ‘반짝’하지 말고 평소에 철저한 소독·관리를 해야 한다. 여기서 철저한 소독이란 분무소독만이 아니라 소독약이 충분히 젖도록 도포하는 것을 의미한다. 긴급한 상황일수록 기본을 놓치기 쉽다. 반드시 유념해달라.
▶조=야생멧돼지로 인한 전파를 막는 게 중요하다. 야생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하면 ASF가 빠르게 토착화해 자칫 중국이나 베트남의 악몽이 우리 일이 될 수 있다. 경기 북부 등 ASF 발생지역에선 국방부와 환경부가 야생멧돼지 사체 수색조를 확대해 예찰을 강화해야 한다. 강원지역 야생멧돼지도 모두 채혈검사를 해야 한다. 한마리도 빼놓지 않고 채혈을 해 경기·강원지역의 야생멧돼지가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 또 발생농장의 ASF가 야생멧돼지로 재전파하지 않도록 발생지역 인근을 방역대로 설정해 야생멧돼지 소탕 계획도 세워야 한다.
▶김=‘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농장주가 앞장서야 한다. 전염병이 있을 때마다 가장 방역에 취약한 건 농장주였다. 농장주가 ASF 확산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방역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축산차량이 농장을 출입할 때나 본인이 축사에 들어갈 땐 반드시 확실한 방역절차를 거쳐야 한다.

출처: 농민신문 박준하·박하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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