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신착도서 안내(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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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302
작성자
손국성
작성일
2007-03-02 16:48 (수정일: 2007-03-02 16:49)
  -  봄비 -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ㅡ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ㅡ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ㅡ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니!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