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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멀쩡한 달걀인데 ‘퇴물’ 취급…헐값 출하 속출
분류
농업뉴스
조회
2204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08-30 12:57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 표기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경기 안성시 서운면의 한 산란계농장에서 직원들이 달걀에 산란일자를 찍고 있다. 안성=김병진 기자


산란일자 의무 표기제 부작용
가공업체도 갓 낳은 달걀 선호 일주일 지나면 판로 막혀 폐기처분…“800만원 피해”
소규모 농가 타격 커 운반 트럭에 물량 채우기까지 4~5일 지체돼 시작부터 불리
농가 피해 지속되면 허위표기 우려도 없잖아 비수기 대비 등 대책 필요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 표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현장에선 헐값 출하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도의 한 농가는 달걀 가공업체가 일주일 지난 산란일자 때문에 달걀을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폐기처분했다. A농가는 400만원 상당의 ‘실금란’을 달걀 가공업체에 납품하려 했으나, 업체로부터 산란일자가 일주일을 넘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실금란이란 사람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미세한 금이 간 달걀로, 보통 달걀 가공업체에 유통된다. 기존엔 별다른 기준 없이 실금란도 신선하면 납품을 받았지만, 산란일자가 찍힌 이후로는 7일 이내 것만 가져간다는 것이다. A농가는 “실금란은 달걀 가공업체에서 거절당하면 마땅한 판로가 없어 바로 폐기처분해야 한다”며 “폐기처분 비용까지 합해 약 800만원의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 이후 유통상인의 갑질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걀 생산량이 많지 않은 소규모 농가들은 산란일자 때문에 헐값에 달걀을 넘기고 있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생산량이 적어 트럭 한대 분량의 물량을 채우려면 며칠이 걸린다. 유통상인이 쓰는 5t 트럭엔 약 5000판의 달걀이 들어가는데, 산란계 5만마리를 키우는 농가의 하루 생산량은 약 1000판 수준이다. 따라서 물량을 채우는 데 4~5일이 걸리다보니 소규모 농가는 대규모 농가보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달걀을 납품할 수밖에 없다. 일부 유통상인들은 이 점을 노려 소규모 농가에 값 인하를 요구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의 한 산란계농가는 “유통상인이 달걀을 안 가져가면 답이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가다간 농장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유통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달걀’도 농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농가가 대형마트나 유통상인에게 달걀을 납품할 땐 팰릿에 달걀을 적재해 실어 보내는데, 한팰릿당 달걀 360판이 들어간다. 문제는 대부분의 대형마트에서 원활한 관리를 명목으로 한팰릿에 같은 산란일자의 달걀만 실리길 원한다는 것이다. 산란일자가 다른 달걀끼리 섞을 수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남은 달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농가는 “자투리 달걀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거나 삶아 먹는 것도 한계가 있어 손실은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에선 산란일자를 속이는 사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드물긴 했지만 3~8월 계도기간 중 실제로 산란일자를 속여 찍은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해당 농가는 달걀을 팔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며 “산란일자 때문에 망하느니 차라리 범법행위를 불사하겠다는 농가가 생길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근 대한양계협회는 채집일 이후 날짜를 표기하지 말라는 협조문을 농가들에 보냈다. 또 산란일자 미표기 달걀을 지나치게 많이 보관하고 있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채집 후 바로 표기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황일수 양계협회 전무는 “추석 이후 비수기가 되면 농가들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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