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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농업이 미래”…팔도 청년농부, 농촌서 ‘아름다운 인생’ 꿈꾸다
분류
농업뉴스
조회
2254
작성자
전인규
작성일
2019-08-16 10:13 (수정일: 2019-08-16 10:15)

위풍당당 한국농업-팔도청년 톡톡농톡

농사짓기 참 어렵다. 수입 농산물이 쏟아지고 소비 트렌드는 시시각각 변한다. 고령화로 일손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와중에 야심차게 농업에 뛰어든 청년들이 있다. 사는 곳도 경력도 제각각인 이들은 하나같이 “농업에 내 미래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본지는 창간 55주년을 맞아 한국 농업의 희망을 보기 위해 최근 팔도 청년농민 8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는 청년농부사관학교가 있는 경기 안성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진행했다.


전국에서 모인 청년농민 8명이 경기 안성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년농민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데 어려움은 있지만 자신과 한국 농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도시살이 팍팍하고 평생 직장 ‘옛말’
땀 흘린 만큼 결실 얻는 농업서 지속가능하고 희망찬 미래 확인
시장변화 맞춰 작목 선택 잘하면 충분히 승산…젊음이 바로 경쟁력
일손 달리고 병해와 자연재해까지…널뛰는 농산물값에 좌절도 하지만
건강한 먹거리와 좋은 환경, 행복한 삶…“농업 하길 잘했다”




‘농업회사법인 대표, 귀농공동체 운영자, 농협 조합장….’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농민들이 농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들은 꿈을 이야기하면서 주저하거나 막힘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선택한 길에 확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사회=젊은 나이에 농촌에 들어왔는데, 농업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김대원=여러차례 음식점을 열고 닫으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농사를 시작했다. 농업은 교육·치유 등 다른 산업과 연계하면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석휘=나 역시 영업을 하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농업은 시장변화에 맞춰 작목을 잘 선택하면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농촌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역으로 젊을 때 농업에 뛰어들면 경쟁력이 더 높을 것 같았다.
▶권선근=서울에 살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축산업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난 부모님을 통해 희망을 봤다. 오랜 상담 끝에 부모님이 한평생 쌓은 기술을 이어받아 더 발전시키기로 했다.
▶성새봄=농업이 힘들고 돈이 안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농업을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에는 차이가 크다. 준비를 착실히 하고 농사를 지으면 충분히 사업화할 수 있고,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황진현=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아버지가 귀농해 완치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은 건강한 먹거리와 좋은 환경에서 온다. 농촌에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자급자족하는 삶이 가능하다. 우리 가족이 경험한 자연치유 과정을 블로그 등을 통해 공유했는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런 관심을 유기농산물과 치유농업 등에 대한 수요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사회=농사일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이석휘=처음부터 농사를 크게 시작해 힘들었다. 혼자 일을 하다보니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인력을 조달하기도 어려웠다. 노지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을 쫓는 것도 큰일이다.
▶권선근=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힘들다.
▶성새봄=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타격이 너무 크다. 힘들게 토마토를 키우다 갑자기 병해 등의 이유로 죽으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 감당하지 못할 만큼 바로 적자가 쌓인다. 보험이 안되는 것도 문제고 의지할 게 대출밖에 없어 빚만 늘게 된다. 가격변동성이 큰 것도 힘들다. 정성껏 키운 토마토를 3㎏에 2000원밖에 못 받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최소한의 생산비는 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동규=9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자연재해를 많이 겪었다. 가뭄·태풍·폭설 등 초기 3년 동안은 해마다 한번 정도 피해를 봤다. 2014년에는 지은 지 3년밖에 안된 시설하우스가 폭설로 무너져 복구하는 데 거의 1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민지=직장생활과 다르게 열심히 노력해도 자연재해를 맞으면 원점이다. 판로를 확보하는 것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상인들에게 위탁판매하면 노력한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없어 허탈하다.

사회=그럼에도 농업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석휘=노력한 만큼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게으름을 피우면 피운 만큼, 열심히 하면 한 만큼 농작물이 보답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열심히 기반을 닦으면 대를 이어서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 미래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김대원=아직은 수입이 적어 힘들다. 하지만 농업회사법인을 만든 주변 선배들의 성공사례를 보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다짐한다. 특히 일할 때 서로 협력해 상생을 추구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권선근=스트레스가 없다. 서울에서 일하던 때보다 더 오래 일하고 더 힘든 일을 하는데 마음이 편하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은 방향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한국 농업을 이끌어갈 팔도 청년농민들. 왼쪽부터 김동규(울산), 김대원(인천), 이석휘(강원 화천), 이민지(경북 칠곡), 권선근(전북 정읍), 황진현(전남 보성), 성새봄(충북 진천), 조은하(충남 홍성).

정직하고 올바른 농사, 도시민과 상생…희망을 일구는 길
청년창업농 지원제도 등 큰 도움
농촌에 더 많은 청년 불러들이려면 정부가 좀더 과감히 투자해야
초보농민 대상 체계적 교육 절실 현실에 안 맞는 행정절차 개선을
수입개방, 거스를 수 없는 물결
소비자들에 신뢰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 생산 노력
체험관광 등 통해 도시민과 교류 필요 어르신들과 소통·자녀교육 등 고민


▶조은하=농촌에서 살다 아이들 양육을 위해 6년 동안 아파트생활을 했다. 이때 아이들은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나도 우울증 증상이 자주 와 다시 농촌으로 왔다. 산 중턱에서 나는 꿀벌을 키우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았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새 가족 모두 건강해졌다.
▶이민지=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잎이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내가 기른 농산물로 한상 차려 맛있게 먹을 때 농업에 뛰어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정부의 농업 관련 지원정책 가운데 좋은 것이 있다면.
▶김대원=청년창업농 지원제도가 큰 도움이 됐다. 농사를 시작하면 수확기까지 수입이 없어 생활이 어렵다. 하지만 청년창업농에 선정돼 매월 1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정책은 농촌에 기반이 없는 사람도 농업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김동규=역시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들을 농민으로 만들고 싶다면 좀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후계농자금의 경우 최대 3억원을 3년 거치 7년 상환으로 대출해주는데 갚기가 부담스럽다. 자칫 자연재해라도 입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황진현=같은 생각이다. 농업을 잘 모르는 사람이 귀농해 4년차부터 원금상환에 나설 만큼 수익을 내긴 어렵다. 정책자금의 거치기간이 짧아 귀농하려는 이들에게 높은 장벽이 되고 있다.
▶이석휘=연고나 기반이 없는 청년농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줬으면 좋겠다. 청년농민은 두 부류로 나뉜다. 지역에서 나고 자라 기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애초에 출발점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성새봄=정부에서 스마트팜을 육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청년농민들이 시도할 수 없을 만큼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

사회=정부나 지방자치단체·농협 등에 바라는 점은.
▶조은하=행정절차 때문에 적기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꿀벌 번식기인 2~3월에 지급돼야 할 영양제가 서류 미비로 7월에 지급되고, 약품도 적기에 지급이 잘 안된다. 농촌에 결혼이민여성이나 노인들이 많은데 공무원들이 문서만 가지고 일을 하려는 경우도 있다. 좀더 세심하게 사람들을 챙겼으면 좋겠다.
▶이석휘=정부나 지자체에서 하는 보조사업은 대부분 해당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당장 시설하우스와 농기계 등이 필요한데, 지원 조건이 1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받고 검증된 예비 귀농인이라면 보조사업을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농업 관련 교육을 받을 만한 시설이 부족한데,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리모델링해 교육장소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농협은 청년농민들에게 조합원 가입비를 할인해 문턱을 낮췄으면 좋겠다.
▶성새봄=초보 청년농민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더 필요하다. 토지 구입부터 시설하우스 설치까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은데 ‘맨땅에 헤딩’ 하듯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있다.
▶김동규=시·군의 담당 공무원이 너무 자주 바뀐다. 상담을 하다보면 제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특히 정부에서 약속한 지원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회=수입개방과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농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김동규=장기적으로 볼 때 수입개방은 막을 수 없다. 보호무역에 의존하기보다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가공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민지=양보단 질이 중요하다.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정성이 들어간 농산물을 생산하면 수입개방에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농민들이 신뢰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약한 사람이 있어도 돈을 더 준다면 다른 곳에 팔거나 이윤을 위해 안 좋은 물건을 섞어 팔기도 하는데 이런 점은 개선돼야 한다.
▶조은하=도시민들과의 교류가 필요하다. 도시민들이 체험관광 등을 경험하고 농업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면 직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튼튼하게 잘 다진다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석휘=더 많은 지원을 통해 청년농민을 양성해야 한다. 농촌 지자체들이 소멸위기에 있는데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사회=농촌생활에서 고민이 있다면.
▶황진현=같은 나이대의 친구가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일상이 너무 지루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여가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없어 힘들다.
▶이석휘=가끔 시끄럽고 번잡해도 도시의 풍경과 가족·친구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나중에 같이 살게 됐을 때 동네에 또래가 없어 고민이다. 어르신들이 잘해주시지만 또래와 나눌 수 있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
▶이민지=동네어르신들과 지내는 게 쉽지 않다. 도시에서는 이웃과 가벼운 목례 정도만 하면 되는데 농촌에선 내 기분과 상관없이 항상 친절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 조용히 지내고 싶어 농촌에 왔는데 인간관계는 도시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여자 혼자 지내다보니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시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권선근=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농촌에선 자녀교육이 문제다. 사실 농사일보다 더 큰 걱정거리다.

사회=내가 꿈꾸는 10년 뒤의 내 모습은.
▶김대원=식물공장 형태의 스마트팜을 운영할 것이다. 체험을 통해 고객들이 농산물을 믿고 구입해갈 수 있는 농기업을 만들고 싶다.
▶이석휘=첨단 농기계를 활용해 농작업 대부분을 무인으로 관리하겠다. 남는 시간은 가족과 함께 보내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성새봄=농업도 엄연한 사업이다. 마케팅·회계 등의 체계를 갖춘 농업회사를 만들겠다.
▶조은하=벌 쏘임을 예방할 수 있는 벌통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할 것이다. 사업이 성공하면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복지쉼터를 마련하고 싶다.
▶권선근=농협조합장이 될 것이다. 혼자 돈 버는 농민이 아니라 조합장이 돼 지역공동체를 일으키고 지역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펼치고 싶다.
▶황진현=함께 살고 싶은 분들과 귀농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가족이 모두 악기를 다루는데, 젊은 음악인들과 함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팜파티를 꾸준히 기획할 생각이다.
▶이민지=내 소유의 농기계로 직접 농사를 짓고 이웃에게도 도움을 주겠다.
▶김동규=개간하고 있는 밭이 깔끔히 정돈되길 바란다. 준비 중인 농업 관련 사업이 궤도에 올라 마을이 발전되고 이웃도 늘어나면 좋겠다.

출처: 농민신문 사회=오영채 전국사회부장, 정리=장재혁,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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