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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상병 번지는데…방역당국 “원인 모르겠다” 되풀이만
분류
농업뉴스
조회
16009
작성자
김현미
작성일
2019-06-17 08:49

화상병 번지는데…방역당국 “원인 모르겠다” 되풀이만



 

올해만 사과·배 43농가 확진 충북 음성서도 처음으로 발병 사과 주산지 경북도 안심 못해
농림축산검역본부·농식품부 확산경로 등 파악에 어려움
국내 기후조건 맞는 연구는 실험시설 없어 시작도 못해
차폐연구시설 건립 등 역학조사 기반 마련 시급


올해 과수 화상병 확산세가 심상찮다. 6월 들어서만 사과·배 농가 31곳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동안 발생이 없던 충북 음성에서도 처음으로 발병했다. 이들 지역은 사과 주산지인 경북과도 가까워 우려가 더 크다. 하지만 화상병이 5년째 매년 발생하고 있는데도 방역당국은 “정확한 원인과 확산경로를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화상병 병원균이 국내 기후에서 어떻게 자리 잡고 번지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는 시작도 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부지역 피해 막심=화상병은 사과·배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이다. 새로 난 가지(신초)나 꽃이 불에 탄 듯 검게 마르고 정상적인 과일 수확이 어렵다. 사람에겐 전혀 피해를 주지 않지만, 나무 사이에선 전염속도가 워낙 빨라 금지병해충으로 지정돼 있다. 현재 병이 발생한 농장의 나무는 모두 매몰한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충북 충주·제천·음성 등지의 사과·배 43농가 27㏊에서 병이 확진됐다. 특히 올해 화상병 확산속도는 병이 처음 발생한 2015년 이후 가장 빠르다. 지금까지 피해가 가장 컸던 지난해의 경우 6월까지 36건이 확진됐는데, 올해는 6월 중순에 이미 43건이 발생했다. 연도별 평균 병 발생건수(12건)보다도 3.6배나 많다.
여기에 한 시·군 안에서도 여러 읍·면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 예로 충북 제천은 2015년 백운면에서 처음 발병했지만, 2018~2019년엔 25㎞가량 떨어진 두학동에서도 발생했다. 지난해 앙성면에서 병이 처음 발생한 충주도 올해 약 20㎞ 떨어진 산척면에서 병이 확인됐다.
특히 이들 지역은 사과 생산량이 많은 경북과 가까워 병 확산에 따른 우려가 크다. 산척면은 경북 문경과 직선거리가 40㎞에 불과하고, 제천은 경북 영주와 30㎞ 떨어져 있다. 충북은 국내 전체 사과 생산면적의 12%, 경북은 59%를 차지한다.
◆발생원인 정확히 몰라=화상병 역학조사를 맡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4~5년 전 병 발생지역에 병원균이 유입돼 잠복해 있다가 기후조건이 맞아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통 화상병은 감염된 나무에서 흘러나온 병원균액이 비·바람·곤충에 의해 옮거나 농기구에 묻어 전파된다.
이흥식 검역본부 연구관은 “멀리 떨어진 시·군은 농작업자에 의해 병원균이 전파됐고, 가까운 지역에선 곤충이나 비·바람에 의해 확산했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까지 국내에 퍼진 모든 화상병 병원균이 미국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유전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외의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검역본부는 병이 발생하면 현장을 찾아 병원균의 유전자를 채취해 비교·분석하고, 농가 탐문조사를 한다. 그러나 아직 검역본부나 방제를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종합한 보고서 하나 못 내놓고 있다. 병 발생 5년째에 확진건수만 200건이 넘는데도 피해농가들이 어디서 묘목을 샀고 어느 지역의 작업자가 다녀갔는지 추정도 못한다는 얘기다. 인력·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연히 현재 병원균이 어느 지역까지 퍼졌고 어디에 잠복해 있는지 가늠도 못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역별 병 발생원인이 다양해 이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역학조사 기반부터 갖춰야=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수행하려면 화상병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화상병 병원균이 주로 어떤 매개체를 거쳐 이동하고 어떻게 월동하는지 알아보려면 국내 기후조건에서 연구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실험을 위한 시설이 없다. 식물방역법상 금지병해충으로 지정된 화상병은 발견 즉시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포장에서는 화상병 병원균을 이용한 실험이 불가능하다. 또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시설이 필요한데, 국내에는 식물병 연구를 위한 이른바 ‘차폐연구시설’도 없다.
오창식 경희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는 “국내에 알려진 모든 화상병 정보는 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후와 비슷한 조건을 설정한 실험실에서 실제 나무에 병원균을 접종해보고 어떤 양상으로 확산하는지 등을 알아야 앞으로의 추이도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외국 선행연구에서 나온 ‘병원균 밀도를 낮추는 기술’ 등을 국내에 적용해보고 싶어도 시설이 없어 실험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출처 : 농민신문   김해대·오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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